일본의 돗토리현에 소재한 히루젠(蒜山)과 다이센(大山) 트레킹

KBS 영상앨범 산(59회)에서 방영한 다이센을 시청하고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주)산이 좋은 사람들” 이경훈 사장으로부터 다이센 팜투어 제안을 받아 기쁘게 받아들인다.

다이센은 일본에서 3대 명산(후지산, 북알프스, 다이센)으로 꼽는 산으로 산인지방에 있는 다이센오기(大山隱岐) 국립공원 중심부에 힘차게 솟아있는 산으로서 이 산역(山域)은 동서 약 30km, 남북 약 35km에 이르는 광대한 산지에 걸쳐있다.

다이센의 최고봉은 동쪽의 겐가미네(劒ケ峰 1,720m)이지만 붕괴의 위험이 있어 접근이 통제되고 주봉은 서쪽의 미센(彌山 1,709m)인데 여기에는 삼등삼각점이 있고 100 명은 앉을 수 있는 평탄한 쉼터가 있다.

이 산은 서쪽에서 보면 후지산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호오기후지 또는 이스모후지(出雲富士)라고 불리고 있으나, 북벽, 남벽, 동벽은 험난한 절벽이 이어져 있어서 전혀 다른 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다이센에는 연간 약 15만 명의 탐방객들이 모여들고 성수기에는 일본 전역에서 어린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어 그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다이센은 일본 100 명산에, 히루젠(蒜山)은 일본 200 명산에 포함되어 있다 한다. 

♣ 트레킹 일정 : 2011. 6. 2(목) ~ 6. 5(일) (3박 4일)
♣ 트레킹 경로 : 동해항 - 사카이미나토항 - 히루젠 - 다이센 - 사카이미나토항 - 동해항
♣ 동행한 사람 : “(주)산이 좋은 사람들” 백영호가이드 등 19명

6월 2일(목)
오후 5시 동해항 집결이나, 시간 여유도 있고 DBS페리 출발시간에 맞춰 가는 여행객이 많을 수도 있어 김밥 두 줄을 사들고 동서울터미널에서 10시 50분 시외버스를 타 오후 2시 경에 동해항에 도착한다.

평창휴게소 정보센터에서 가져온 동해시 관광지도를 보며 알게 된 동해버스터미널에서 동해항으로 약 3km 거리인 시내에 있는 천곡동천연동굴로 가 “수백년의 기다림”, "피아노“, ”방패“ 등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을 감동적으로 관람하고 주차장 뒤쪽으로 난  등산로로 올라 바다를 보며 동해항으로 한가롭게 걸어간다.

오후 5시 백가이드를 만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출국 신고하고 DBS(동해, 블라디보스톡, 사카이미나토의 앞 영문자 이니셜) 페리에 올라 8인실 침대칸에 짐을 던져놓고 갑판에 가니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워 사진을 찍는거나, 여기저기서 제어되지 않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날이 흐리고 가스가 많아 두타산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일몰을 보기 어려워 식당으로 향한다. 선박내 식사는 조식은 오전7시부터 8시까지, 석식은 오후7시부터 8시까지 뷔폐식으로 밥, 국, 김치, 튀김, 해물, 불고기 등 여러 가지로 충분히 있고 맛도 좋으며 주류는 식당에 반입할 수 없다.

사우나실엔 사람이 많아 샤워실로 가 간단하게 씻고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간다.
 
6월 3일(금)
일출을 볼 생각으로 갑판에 가니 습기가 많고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사카이미나토항으로 들어서며 왼쪽은 낮은지대로 공장들과 사카이미나토항 국제 여객터미날이, 오른쪽은 산자락을 따라 어촌마을이 평화롭게 위치해 있다.
귀국할 땐 날이 좋아 공장쪽으로 다이센과 다이센 앞의 고려산을 볼 수 있었다.

일본에 입국할 때 지문 날인과 사진 촬영, 거부시 입국 불허한다는 안내가 모니터에서 계속 반복된다.

일본 200 명산에 포함되어 있는 히루젠은 "오카야마현"과 "돗토리현"의 경계에 "카미 히루젠(上蒜山 1,202m)", "나카 히루젠(中蒜山 1,122m)", "시모 히루젠(下蒜山 1,100m)" 3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이센과 같이 "다이센오키 국립 공원" 에 속해 있다.

산행은 上蒜山입구 - 上蒜山 - 中蒜山 - 中蒜山입구까지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는데 ...

上蒜山입구에 있는 산행안내도에서 우리가 갈려는 코스 거리가 약 7.5km로 정상적으로 가면 3시간이면 끝날 것 같아 5시간에 갈려고 어제 비가 많이 와 흠뻑 젖은 가파른 삼나무 길을 천천히 올라 간다.
 
가파른 삼나무 길을 벗어나니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나중에 알았지만 좌측은 다이센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上蒜山 정상에서 백가이드와 같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는데 도시락 점심이
도시락의 나라 일본에서 만든 도시락이라 그런지, 아니면 배가 고팠는지 참 맛있다.

中蒜山 정상에서 후미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가 같이 하산지점에 내려오니 오후 3시가 안되었다. 오전 11시 조금 지나 출발했으니 4시간도 안 걸린 것이다.
上蒜山 - 中蒜山 - 下蒜山 3봉을 다 걸어도 5시간이면 충분할텐데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반대쪽에서 각자 오는 좀 젊어 보이는 일본인 등산객 2명은 도 닦는 분위기고,
같은쪽으로 가는 은퇴해 보이는 부부 등산객 2팀은 인생을 관조하는 분위기다.  

히루젠은 쓰레기가 거의 없고(샅샅히 흩어 3개 비닐조각 찾았음),
표지기가 거의 없고(上蒜山 정상에 하나 있음)
샛길(우리가 흔히 자랑삼아 말하는 개척길)이 없었음.

6월 4일(토)
잠이 안 와 베란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건물이 흔들린다.
아, 이것이 지진이구나. 그때 시간이 새벽 1시58분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야되나, 화장실로 들어가야되나,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더 이상의 지진도 없고 호텔 직원의 안내도 없어 3시경에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다이센 등산입구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 30여명이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미센(彌山 1,709m)까지 가파른 외길이다.
부지런한 사람이 내려오며 “곤니찌와”하며 인사한다.
거의 6합목까진 시야가 없는 꽤 깊게 파인 가파른 길로 따분한 판이라
내려오는 사람 만날 때마다 웃으며 “곤니찌와”와 “안녕하세요”를 반복한다.

정상은 겐가미네, 미센 등 많은 가파른 봉우리로 이어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많은 화강암이 아닌 거의 흙이라 봉우리 양쪽으로 산사태가 난 것처럼 붕괴되고 있어 미센에서 겐가미네로 가는 등산로가 상당히 위험해 보이고 통제하고 있다.

계속 깍여 나가는 봉우리가 안돼 보이면서도 인력으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하나의 자연현상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수그러진다.

다이센은 정상에 올라 가 가까이 봉우리를 보는 것도 멋있지만, 저 밑에서(또는 저 멀리서) 산 전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산이라 생각된다.   

100여명의 중학생과 선생님이 즐겁고 적극적으로 산행하고 있으며,
부모와 같이 온 아이들이 자기만한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으며,
동료끼리 삼삼오오 숲속이 아닌 등산로 한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으며,
그 많은 사람이 오가면서도 “곤니찌와”란 말만 들리는 고요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다이센 정상 못미쳐 버려진 비닐(빵봉지)과 빈 페트병 하나씩 그리고 지뢰가 있었다.
  
6월 5일(일)
이번 산행을 하며 “(주)산이 좋은 사람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1. 첫날 참석자 간 소개를 할 수 있는 간단한 모임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버스 안에서 그리고 산행시 꽤 어색했습니다.)
2. 히루젠과 다이센 산행개념도를 준비하여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주)산이 좋은 사람들”과 같이 동행하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지면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