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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굽이 절경(絶景)지닌 평화로운 기러기 산, 산의 경치를 감상하면 발걸음에 따라 그 모양이 교체되는 중국의 다른 명산대천과 구별되는 산, 낮에 절경은 보기 좋고, 밤의 절경은 혼을 빼앗기게 되는 산..
↓월간 마운틴 3월호에 안탕산 산행후기↓ 해외명산 중국 절강성 온주 안탕산 | |
| ◇ 대용추 경구 입구의 소군출색(昭君出塞). 사진의 오른쪽 봉우리가 각도에 따라 8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
항주공항 건물의 문을 열고나올 때 첫 느낌은 흡사 사우나 증기탕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기온은 대략 33℃. 기온도 높지만 습도 또한 매우 높아 항주가 황해 연안의 아열대 기후지역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항주땅을 밟자마자 바로 온주시 여유국(중국의 관광 관련 부서 명칭)에서 준비한 간담회와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온주로 이동해야했다. 인천 공항에서 항주까지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온주는 버스를 이용해 비행시간보다 2배가 넘는 4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간담회와 저녁 만찬에는 온주시 여유국의 오광복 부국장이 참석하여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임을 알 수 있었다. 첫날 짐을 풀은 곳은 '장군주점'으로 4성급 호텔이었다. 장군주점에서 일박한 다음날 온주의 명소로 알려진 강심섬 관광이 있었다. 강심섬은 온주에서 황해로 이어지는 구강(Oujing River) 하류에 있는 섬으로 국가지정 4A등급의 관광명소이다. 강심섬 내에는 등대로 사용되던 동탑과 서탑이 있으며 1137년에 지어진 강심사가 있다. 1시간여의 강심섬 관광 후 다시 1시간 반 가량을 버스로 이동하여 이번 중국 투어의 주목적지인 안탕산(1020m)에 도착하였다.
가뭄 앞에서는 절경도 소용없다
안탕산은 절강성 온주에 위치한 산으로 2005년 2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중국 최초의 5A등급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450㎢ 면적의 화산지대로 1억2800만년 전에 형성된 지형이고, 중국 남북조 시대부터 명승지로 개발이 시작되어 송나라 때 최고조를 이뤘다고 한다. 영봉, 영암, 대용추, 안호, 현승문, 삼절폭, 선교, 양각동의 8개의 경구로 나뉘어 있고, 이 중 영봉 야경, 영암 비도, 용추폭포를 '안탕 3절'이라 한다. 안탕산 이름의 유래는 안호에 기러기가 많이 날아와 기러기 안(雁)자를 써서 안탕산이라 한다. 최고봉의 높이는 1020m이나 정상에 해군 레이더 기지가 있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높이는 800m 까지다.
안탕산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대용추 경구였다. 중국 4대 폭포 중 하나이고 낙차가 197m로 중국 최고를 자랑하는 대용추폭포가 있는 곳이다. 대용추 경구의 입구에는 소군출색(昭君出塞)이라는 암봉이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돛대, 가위, 악어 등 8가지 모습으로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일행을 맞이했다. 일행이 찾은 때가 마침 15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아 근처 계곡들이 말라있어서 유명하다던 대용추폭포도 떨어지는 물이 바람에 흩날릴 뿐 폭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지 폭포가 떨어져 만들어진 웅덩이에 떠 있는 배가 평소 물줄기의 양을 가늠케 할뿐이었다. 이처럼 가뭄 앞에서는 '천하 제1폭포'라는 칭찬도 무색해지는 가보다.
약 2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두 번째 숙소인 조양산장에 짐을 풀었다. 조양산장은 전통 산장의 느낌을 살려 지어진 건물로 무인들이 검이라도 들고 나와 검무를 추면 어울릴 분위기었다. 점심식사로 향신료가 강한 중국식 식사와 시원한 맥주를 배불리 먹고,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에서 잠시 휴식 후 영봉 경구 산행을 시작하였다.

◇ 대용추폭포에 수량이 적으니 아래의 호수에도 소나기 수준의 물만 떨어진다.
조양동에서 출발, 조양봉과 조천문을 지나 내려오는 코스로 진행했다. 중국의 산은 “모든 인민이 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개발이 되어 탐방로는 모두 계단 작업이 되어있고 풍광이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지어져 있었다. 영봉 일대에는 첨예하게 솟은 바위산들이 많은데 그 바위산 사이에는 도교 사원이나 불교 사원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영봉의 산행 포인트는 바로 이 첨봉들을 보는 것이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이어지는 명장면을 연출해 광각렌즈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안탕산 현지 가이드가 관광안내만 했을 뿐이지 산행 가이드의 경험이 적어 몇 군데 경관을 놓치는 일이 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나눠준 지도도 관광안내도 수준이라 등산로 표시는 미비했으며 이동거리 또한 부정확해 짧은 거리가 길게 표시되기도 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비교적 짧은 코스로 산행을 마치고 영봉고동까지 둘러보게 되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핸드 마이크를 들고 안내를 하는 가이드들로 무척이나 북적거렸다. 이 지역에는 풍동이라는 냉장 동굴이 있는데 땀을 한 바가지쯤 흘리고 동굴 안에 들어갔는데도 온몸이 얼어 붙는듯했다. 역시나 이 동굴 안에도 못을 만들고 불상을 세워 놓았다.
영봉 산행을 마치고 안탕산 여유관리국에서 주최하는 만찬이 있었다. 이번 산행은 관리국의 협조로 입장료 면제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면에서 안탕산이 2006년도에 관람객이 120만명에 불과해 관광객 유치에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여유국이 제공한 저녁식사에는 향신료가 적어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중국도 점차 향신료를 적게 먹는 추세고 음식점에서도 향신료를 넣지 않고 맛을 낸 요리의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한다.
식사 후 '안탕 3절' 중 하나인 영봉 야경 관람이 있었다. 산에서 야경을 관람한다는 말에 무척 의아해하며, '혹시 산 능선에 전등이라도 연결해 놓은 것이 아닐까'하고 혼자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본 야경은 달빛과 별빛을 통해 보이는 바위산의 실루엣으로, 낮에 보지 못한 색다른 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보통 달밤에 산행을 하다보면 달그림자 진 산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는데 여기서는 온통 그런 모습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불현듯 어릴 적 읽었던 무협지의 야밤 결투장면이 떠올랐다. 야경 관람도 낮에 보았던 여행객들과 가이드가 모두 나와 북새통을 이루었고 주차장 앞의 상점들 불빛은 우리나라 어느 유원지와 다를 게 없었다. 야경을 본 후 조양산장으로 돌아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중국에서의 두 번째 밤을 맞았다.
'안탕 3절'을 본 것에 대만족
3일째 일정은 삼절폭 경구 산행이었다. 첫날 더위에 지친 일행은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해 보자고 합의, 새벽 산행을 하기로 하고 4시에 기상하여 5시에 삼절폭 경구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새벽 산행이라 해도 높은 습도는 감수해야 했다. 삼절폭 경구는 상, 중, 하 세 개의 폭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 세개의 폭포는 지표면에 흐르는 물과 낮은 지층의 물이 만나 떨어지는 폭포로 안탕산의 지질학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폭포이다. 중절폭이 가장 높아 120여m에 달하지만 강우량이 부족한 시기여서 어제의 대용추폭포와 마찬가지로 시원한 폭포의 경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삼절폭 경구 등산로가 끝날 즈음엔 중국 전통 기예를 관람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도연무다사(陶然霧茶社)'라는 곳이 나타났다. 입구에 물소 뿔을 걸어두어 아침 일찍부터 보기에는 섬뜩함이 있었지만 무술 영화에서 보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전통 기예를 관람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삼절폭 경구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8시에 아침식사를 했는데 향신료 가득한 아침식사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현지 식사에 적응해 볼 요령으로 한국음식이라곤 아무것도 준비 하지 않았던 게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또 중국에서 식사를 하며 가장 적응이 안됐던 것은 모든 마실 것을 따뜻하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오렌지주스마저도….

◇ '안탕 3절' 중 하나인 대용추폭포도 15일 동안 비가 오지 않으니 수량이 적어 물줄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어쨌든 식사 후 영암 경구 산행을 시작 했다. 방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시작되는 코스였는데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지 않아 관리국의 도움으로 11인승 버스를 이용, 맞은편 케이블카 도착점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방동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지역인데 약 1km 가량의 절벽을 뚫거나 다리를 놓아 탐방객이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중간중간 넓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교사원이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차를 마시는 곳에는 중국인들이 느긋하게 마작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 산행 중에는 절벽을 따라 부는 바람 덕에 다른 곳보다는 덜 습한 듯 했다. 약 1km의 절벽 길을 지나 천심정이라는 정자에 도착했다. 일반관광객이라면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코스지만 일행은 소용추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소용추 또한 폭포 본래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소용추 위로 와룡소가 있는데 이곳은 68m나 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게 되어있다. 와룡소는 소용추 상단의 자연 연못에 둑을 쌓은 곳으로 이곳에도 도교사원과 찻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암 경구 산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안탕산 박물관 견학을 했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없는지 일행이 들어가서야 에어컨을 켜는 등 부산스러웠다. 박물관은 안탕산 전체의 모형이 있어 방대한 지형을 한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조금은 촌스러웠지만 화산 활동이 시작되어 산이 형성되는 과정도 시뮬레이션으로 볼 수 있는 시설이 있었고, 산행을 하며 그저 흘려 보았던 석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지질학적 분야에 대한 설명이 무척 강조되어 있었지만 관련 분야에 관한 지식이 짧아 쉽게 이해하진 못했다.
한 시간 가량 박물관을 견학한 후 '영암 비도'라 불리는 고공쇼를 관람하였다. 영암 경구를 산행하며 봉우리 끝 절벽 쪽으로 난 길을 보고 의아해했는데 쇼를 보니 절벽으로 난 길이 곡예를 하기 위해 오르는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고공쇼는 영암선사 앞의 두 봉우리에 쇠줄을 연결해 놓고 줄을 타고 이동하며 기예를 보여주는 것과 하강을 하며 절벽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두 가지가 있었다. 이 고공쇼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자리에는 상점이 위치해 있고 상점이 마련해 놓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쇼를 보려면 중국돈 10원을 내야 했다. 비 오듯 땀이 흐르는 더위에 뜨거운 차를 마시며…. 이로써 '안탕 3절'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영봉 야경, 영암 비도, 용추폭포. 셋 중에서 용추폭포는 가문 탓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안탕산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 버스를 타고 항주로 이동하였다. 안탕산에서 항주까지는 버스로 3시간 거리로 8시경 항주에 도착하자 한라원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부담 없이 배부른 식사였다. 식사 후에는 숙소인 지강반점에서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일행이 호텔 로비를 들어서는데 갑자기 중국 악사들이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아리랑을 들으니 마음은 벌써 인천공항에 도착해있는 것 같았다. 방에 짐을 풀고 내려오니 악사들이 짐을 챙겨들고 로비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일행을 위해 준비된 특별이벤트였던 것이다. 그렇게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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