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히말라야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신성(神性)을 간직한 사원 같은 곳이다

특히, 고고한 백색의 빛으로 솟아있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는 차라리 초자연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장엄한 풍경은 저 혼자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히말라야를 더욱 히말라야스럽게 만들어준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스물 두가지로 요약해 본다

 

 

롯지(Lodge)

히말라야를 걷다 보면 언청나게 많은 롯지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이름은 다 가지고 있다... Grand View Lodge, Green View, Moonlight Lodge. Fishtail View Lodge 등등

아무리 높은 곳이라 해도 가는 곳곳마다 롯지들이 있기 때문에 화장실과 음식, 물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대부분의 로지는 난방이 제로이며, 목제 침대 위에 매트리스와 배게만 제공하기 때문에 거위털침낭은 필수다

엉성한 나무로 칸막이만 대충 해놓았으며, 일인용 나무침대는 좁아서 돌아눕다 떨어지기가 쉽다

 

 

설산(雪山)

그 어떤 언어로도 안나푸르나의 설산들을 제대로 묘사할 수는 없으리라.

다울라기리의 핸섬한 외모와 안나푸르나 남봉의 도도함, 물고기 꼬리라 불리는 마차푸차레의 성스러움...

그 외에도 다 외우지 못한 이름들을 가진 미안한 설산들....

장엄한 이 산들을 그저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의 물결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룽다(Lungda)

장대에 매달려 바람에 펄럭이는 오색 깃발 룽다를 한자로 풍마(風馬)라고 하는데...

이는 룽다의 펄럭이는 모습이 바람을 향해 앞발을 들고 선 말의 형상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룽다는 다섯 가지 색으로 된 천을 이어서 만드는데 각각의 천에는 만트라나 불교의 경전이 목판으로 찍혀 있다.

다섯 가지 색은 위에서부터 청-백-적-녹-황인데 우주의 다섯 원소(공간-물-불-바람-땅)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타르초(Tharcho)

타르초는 룽다를 만국기처럼 수평으로 길게 줄에 매달아 놓은 것을 말한다

가족의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문을 적기도 하는데, 바람에 한 번 펄럭일 때마다 신에게 기도가 전해진다고 믿는다

설산과 어우어진 타르초의 정경을 바라보면 자연에 순응하는 산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수많은 계단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에는 계단이 엄청나게 많다..지긋지긋할 정도로 많다

히말라야에 널려있는 편마암을 이용하여 아주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든 계단은 MBC와 ABC까지 이어진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계단들...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 했던가. 결국 끝나는 곳이 있었다.

한숨 쉬며 아득하게 오르고 또 올라 도착하니 천국처럼 쉴 수 있는 곳이 나오고야 만다

 

 

똥, 똥, 똥...

카페에 이런 깨끗하지 않은 단어를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똥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똥을 똥님이라 할 수도 없고 ‘변’이라 쓰는 건 그 느낌이 너무 약하다.

걸어가는 길에는 당나귀똥, 말똥, 노새똥, 염소똥들이 널려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밟기 십상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똥, 누군가 밟고 지나가서 으깨진 똥, 풍우에 풀어져서 흙이된 똥...

아뭏든 내가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망정이지...하루종일 똥냄새를 맡으니 나중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어졌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

네팔은 아열대기후라서 3천미터 아래에서는 눈을 전혀 볼 수 없다

밋밋한 들길에 붉고, 하얗고, 노르스름한 꽃들이 지천에 피어있어서 천상의 화원이 연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인세티아나 사르비아가 풀꽃인데 반하여, 여기에서는 모두 나무로 변해 있는 점이 특이하였다

 

 

 

계단식 경작지(다랭이논)

수수, 밀, 귀리 등을 재배하는 다랭이논은 경지면적을 최대화하려는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디콜라를 따라 죽 늘어선 마을의 다랭이논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 지역에서 많은 일광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조건에 맞춰 살아가는 인간 생존법의 증거이자, 네팔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세계 유산이다

절묘한 시각적 형태미의 지표예술(Earthen Art) 다랭이논은 하나의 산 전체에 조성되어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물, 물, 물

산에는 물이 있어야 한다. 산과 물은 서로 어울리며 상응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이들을 합쳐 산수(山水) 한 몸으로 이야기 했다.

히말라야는 한없이 자유로우면서도 풍경의 일체감을 이루어내는 이유는 적절한 장소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산이라는 부동(不動)함과 물의 유동(流動)이 음양의 태극처럼 어우러져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촘롱콜라(Chomrong Khola), 모디콜라(Modi Khola)와 나란히 걷기도 하였고, 건너기도 하면서 나아갔다 (Khola=강)

 

 

에코(Eco)생수

히말라야에 물은 풍부하지만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마실 수가 없다

우리는 아침에 출발할 때마다 에코생수를 한 병씩 사서 배낭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고산병 예방에도 좋다고 해서 일부러라도 하루에 물 한병씩은 꼭 마셨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생수가 있지만 히말라야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수, 에코생수가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맑은 아이들

히말라야에 사는 어린이들의 눈동자는 맑고 지순하여 바라보는 우리들이 부끄러워진다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히말라야의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고, 모디콜라의 물소리가 들려오는듯 하다

우리들에게 캔디(candy)를 요구했지만 나는 고국에서 가져간 네임펜 세트를 주면서 '나마스테'를 말하였다

나마스테는 ‘안녕하세요’ 라는 말이고,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뜻도 되는 말, '행복하십시오’ 라는 뜻도 되는 말이다

타인과 소통을 위한 최초의 악수 같은 말이면서, 기약조차 없이 헤어질 때 아스라이 흔들어주는 결별의 손짓 같은 말...

 

 

노점상

어떤 로지에든 그 옆엔 노점상이 있다. 물론 작은 토속 기념품을 팔고 있다

처음에는 독특하고 싼 맛에 사기도 하지만, 계속 똑같은 물건들을 보다 보니 나중엔 시들해진다

우리는 참롱의 Kalpana 로지 옆에 있는 노점상에서 가장 많은 물건을 사면서 티벳 아가씨와 친해졌다

 

 

랄리그라스(Laliguras)

해발 2,000m부터 3,500m까지 주로 피는 꽃으로 네팔의 국화이다

그 종류가 무려 75가지나 된다고 하며 잎은 독성이 있어서 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색은 우리나라 동백꽃과 같은 붉은 색이며(좀 더 화려함) 수백년 묵은 나무들이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다

고래파니 부근부터 랄리그라스의 무성한 숲속을 걷기 시작하여 하루종일 벗어나지 않은듯 하다

 

 

 

포터(Porter)

말 그대로 짐꾼을 이야기 하는데, 이들이 없으면 일반인들이 ABC에 오르기란 대단히 어려워진다

설산에서 만난 대부분의 포터들은 순수한 눈빛에 수줍은 미소를 품고 있다

때때로 짐꾼들의 풍경은 이 히말라야 속의 또다른 설산이요, 산맥처럼...살아있는 자연 그 자체로 다가온다

 

 

위령탑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오르면 여기저기 많은 위령탑들이 보인다

안나푸르나는 많은 산악인들의 도전본능을 자극하여 이곳에서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세상을 떠난 것이다

1950년부터 2006년까지 1,437명의 안나푸르나 등반대 중에서 탐험대 43명과 셀파 15명이 숨졌다고 한다

눈속에 말없이 서있는 위령탑들은 인간이 지극히 나약한 존재란 걸 알고 자연을 경외하라고 웅변하는듯 하다

 

레드 불(Red Bull)

히말라야 롯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너지 드링크이다

붉은 소 두 마리가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상표는 음료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레드 불은 1987년부터 300억개 이상 팔린 세계 1위의 강장음료이며, 본사는 오스트리아 푸슬암제에 있다

맛은 우리나라 박카스와 비슷한데.. 마셔본 결과 갈증이 약간 해소되고 소변의 양만 많아졌다

 

 

 

 

 

 

 

말, 당나귀, 노새

바퀴 달린 것이라곤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이곳에서는 이들이 운반수단으로 소중하게 이용된다

산 위에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노새와 나귀가 먼저 가야 한다

짐을 지고도 늑장을 부린다고, 한눈을 판다고 때때로 매를 맞아야 하는 그들의 운명이 서글펐다

노새는 암당나귀와 숫말의 교배로 태어나는데 새끼를 낳을 수 없다는 엄청난 비극을 안고 있다..둘의 장점을 적당히 갖춤


 

 

너와집

히말라야에는 넙적하고 반듯하게 쪼개지는 편마암류가 지천에 널려 있다

이 돌을 넙적하게 잘라서 지붕의 재료로 사용하였는데 천년이 가도 끄떡하지 않을듯 하였다

히말라야에 기대어 살면서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과 생활의 재료를 얻는 고산족들의 지혜가 번득였다

 

 

에베레스트맥주

지대가 높은 로지는 필리핀 산미구엘 맥주가 점령하고 있었지만 아래로 내려오니 에베레스트 맥주가 보였다

맥주병에는 에베레스트를 초등정한 뉴질랜드인 힐러리(Edmund Hillary)의 모습이 있는 상표가 붙어 있었다

설산의 깨끗함과 모디콜라의 시원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맥주가 한모금 들어가니 그동안의 피로가 싸악 가시었다

 


셀파(Sherpa)

셀파는 네팔과 인도의 시킴 주에 사는 산악 부족의 이름이며, 티벳인의 후손의 명칭이다

히말라야 등반시 현지 고용인 대부분이 고소 적응에 순화된 셀파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가이드 펨바(Pemba)는 에베레스트 4천미터 지대에 사는 셀파족으로서 한국말을 제법 잘 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묘비

마을 입구에서는 이처럼 화려한 꽃으로 치장되어 있는 묘비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마을의 족장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묘비를 만들어 기린다고 한다

묘비 위에는 나뭇잎, 야생화, 나무열매, 붉은 천 등을 꿰어 엮은 새끼줄이 가로질러 걸려 있었다

 

 

네팔 전통모자-뚜비

뚜비는 네팔의 전통모자인데 100% 양모로 짜여져서 대단히 따뜻하다

이중구조로 되어 있고 귀마개까지 달려 있어서 히말라야의 바람을 막아주기에 안성마춤이다

나는 아침 저녁으론 꼭 뚜비를 쓰고 다녔는데.. 롯지에서 잘 때 머리에 써도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