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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어떤 지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꽉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 어떤 묶임으로부터의 벗어남... 욕심과 집착 속에서 허덕이다가 한 생각 돌이켜 내려놓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놓여나는 해탈... 바로 그런 일상적인 틀로부터의 떠남이요, 여행이며, 순례의 길인 것이다 그러므로 히말라야에 가면 우리가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살았던 속세의 삶은 시시한 티끌에 불과해지고 만다
고래파니를 떠나다 푼힐전망대에서 내려와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고래파니의 카말라 롯지를 출발하였다 우리가 롯지를 나서자 못생긴(ㅠㅠ) 딸들이 나와서 귤을 까가지고 입에 넣어주며 작별을 아쉬워 하였다 깜짝 놀란 것은 어제 반탄티에서 점심을 먹을 때 함께 있었던 절름발이 개가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동물들도 히말라야의 맑은 바람을 마시며 자라서 이토록 정이 깊은가?... 절름발이 개는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한국 학생들의 발랄함 눈이 소담하게 쌓인 계곡을 한참 올라가니 설산이 기막히게 조망되는 쉼터가 나타났다 타르초(Tharcho)의 오색 빛깔과 하얀 설산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의 풋풋한 대학생들이 너무나도 발랄하고 싱그러운 표정을 지어보여서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히말라야에선 겨울철을 Korea Season이라고 한다..우리나라 교사와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하여 많이 찾기 때문...
잠시 휴식을 취하다 썬그라스를 카고백에 넣어 보내버리는 바람에 맨눈으로 눈길을 걸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서 잠시 쉬면서 배낭 속에 있는 아이젠을 꺼내어 착용하였다
간드룩(Ghandruk) 3,180m 간드룩 마을에서 뜨끈뜨끈한 생강차를 한 잔 마시고,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고갯마루에 위치한 간드룩 마을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트레커들로 몹시 붐비고 있었다 95% 이상의 트레커들이 한국인이어서 마치 지리산의 장터목이나 설악산의 중청대피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절름발이 개를 다시 만나다 반탄티에서부터 따라온 절름발이 흰둥이가 청량한 바람 속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흰둥이는 평생동안 짐을 지고 산길을 걸어야 하는 노새로 태어나지 않은 걸 즐기고 있기라도 하는 걸까? 이 개는 길을 잘못 가면 바로잡아주기도 한다는데...포터들이 개의 점심 식사를 챙겨 주었다 아이젠도 없이 얼어붙은 계곡을 내려가는 한국 학생들을 만나서 끌어주고 붙잡아주며 무사히 하산시켰다
꽃이 핀 랄리그라스 눈길을 벗어나자마자 계절을 잊은채 만발한 랄리그라스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붉은 꽃은 동백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철쭉 같기도 한데.. 만개하면 대단히 황홀한 모습이 될 것 같다 고원지대에서 자생하는 랄리그라스는 붉은만병초라고 불리우기도 하는데 네팔의 국화로 지정되어 있다
반탄티 힐(Banthanti Hill) 2,650m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전망이 기막히게 좋은 반탄티 힐에 도착하였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자리잡은 '트레커스 생츄어리 로지'에서는 조랑말을 빌려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부터는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고통스런 길이 이어진다
아이구, 다리야~~! 반탄티 힐에서 800m 가량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우리가 묵을 숙소에 닿을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우리들의 호흡은 가빠졌고,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 학생들과 짐을 지고 가는 현지인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타다파니(Tadapani) 2,308m 다리가 얼얼해질 무렵 우리가 세번째 밤을 보낼 타다파니의 로지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대단히 맘에 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각국에서 온 순례객들이 식당의 난로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프랑스 아가씨는 노골적인 성애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을 읽고 있었다...우리의 상식르로는 도저히 ㅠㅠ
타다파니의 해넘이
소리내지 말고 눈물 흘리지 말고 한 사흘만 설산처럼 눕고 싶다
걸어온 길 돌아보지 말고 걸어갈 길 생각할 것도 없이 무릎 꿇을 것도 없이 흰 옷 입고 흰 눈썹으로.......................문정희의 詩 <설산에 가서> 부분
타다파니의 해돋이
이렇게 가도 되는 거냐고 이대로 숨 쉬어도 되는 거냐고 이렇게 사랑해도 되는 거냐고 물을 것도 없이
눈빛 속에 나를 널어두고 싶다 한 사흘만 설산이 되고 싶다......................................문정희의 詩 <설산에 가서> 부분
간드룩(Ghandruk) 2,322m 타다파니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1시간 정도 걸어서 조망이 기막히게 좋은 간드룩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의 처녀들이 양지쪽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보통 하루에 두끼 식사를 한다 이곳에서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의자에 앉아 여유도 부리면서 내려갈 길을 바라보았다
킴롱 콜라(Kimrong Khola)를 건너다 아득한 계곡 밑으로 흰 이빨을 드러내며 흐르는 킴롱 콜라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넜다(Khola=강) 출렁다리를 건너자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어 자켓을 벗기 시작하였다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행복해지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이 보였다
시프롱(Siprong)의 아이들 옷이 땀이 흥건히 젖을 무렵에 시프롱 마을의 아담한 롯지가 나타났다 이제 막 학교에 가기 위해 가방을 둘러매고 나오는 소년에게 6색 유성펜 세트를 주었더니 메우 좋아하였다 우리는 이 소년, 그의 누이동생과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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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나무를 먹는다
동네를 걷다보면 이렇게 잎사귀가 모두 잘려나간 나무를 자주 볼 수 있다
소가 이 나무의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가지채 모두 잘라갔기 때문이다
어떤 곳에서는 사람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나무에도 사람이 올라가서 잎사귀를 채취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초라한 초등학교
양지쪽에 자리잡은 초등학교는 열악하기 짝이 없어 긴 의자 한 개와 작은 칠판만이 놓여 있었다
어두운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시프롱마을에서 만났던 소년이 어느새 와서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이 학교의 교장, 교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뒤, 마음이 따뜻한 회장님께서 1천 루피(약 15,000원)을 기부하셨다

학교 건립을 위한 기부함
시골의 학교 앞에는 어김없이 트레커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기부함에는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으나 이런 기부 요청이 너무 많아서 대부분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걸로 보아 네팔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구르중(Ghurjung) 2,050m
점심 식사를 하기로 예약한 구르중 마을에 도착하여 가이드는 웃옷을 벗어버리고, 우리는 세수를 하였다
식사 전에 어김없이 생강차를 한 잔 마시고, 네팔식 카레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Green Hill Lodge의 처마 밑에는 탐스러운 옥수수가 매달려 있었고, 바람에 퇴색한 룽다와 타르초가 펄럭이고 있었다

동감(同感)은 동정(同情)을 넘어선다
독일의 여류 작가, 루이제 린저는 그의 저서 <문명>에서 동정과 동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동정(同情)은 감상적이고 책임이 따르지 않는 감정의 동요일 뿐이며...
동감(同感)은 다른 생명체 그들의 기쁨과 고통, 그들의 생활방식 그들의 인격과 하나 되는 가장 책임있는 방식이다
동감은 동정을 넘어서며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현지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동정이 아니라 동감으로 이어져야 사랑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

촘롱(Chomrong) 2,170m
촘롱은 베이스캠프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있는 가장 큰 마을이다
윗동네에는 레스토랑과 롯지가 밀집해 있고, 아랫동네엔 현지인들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익숙한 한국어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한국인이 많은 것인지,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인이 사는 것인지...???
촘롱은 매우 번화한 마을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히운출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다

칼파나(Kalpana) 게스트 하우스
우리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아주 잘 보이는 칼파나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이 마을에는 독일 빵집, 카페, 환전소, 마사지숍까지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히말라야 여행동호회를 비롯한 많은 산악회의 이름표가 있기에 우리 신산회 이름표도 한개 걸어놓았다

뚜비를 쓰고 사진을 찍다
우리는 모두 네팔식 전통모자인 뚜비를 쓰고, 오색 룽다 깃발을 펼쳐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네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은 모두 숙소 옆에 있는 기념품가게에서 빌려온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빌려온 것이 아니라 주인의 허락도 없이 맘대로 가져다 썼다고 해야 옳다 ㅎㅎㅎ

기념품가게의 주인 티벳 처녀
숙소 옆에 있는 기념품가게의 주인 티벳 처녀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 아가씨는 실실 웃기도 하고,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우리를 상대로 제법 많은 매상을 올렸다
이 티벳 처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집을 장만하기 전에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하는 당찬 성격을 가졌다
저녁 식사후, 식당에 둘러앉아 김용구 박사의 풍수에 관한 명강의를 듣고... 내일을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