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의 두번째 날은 요란한 물소리와 룽다가 펄럭이는 소리로 시작되었다 새벽을 일깨우는 물소리는 시원의 목소리이며, 룽다가 펄럭이는 소리는 히말라야의 숨소리였다 나는 서양 사람들이 만들어낸 '트레킹'보다는 '순례'라는 말에 정감이 간다 조상 대대로 지켜져 왔을 히말라야 사람들의 금기와 믿음을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트레킹'이라고 부르면 히말라야의 신비감이 사라지고 존중감이 감소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티케둥가의 현수교 순례객들이 건너기 힘든 계곡에는 반드시 이같은 현수교나 나무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순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건설된 현수교가 바람에 흩날리는 룽다(Lungda)와 절묘하게 어울려 아름다웠다 지난밤의 잠자리가 매우 불편하였지만 히말라야의 두번째 날을 시작하는 우리들의 얼굴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아, 마차푸차레여~ 현수교를 지나 계단을 한참 오르자 드디어 마차푸차레가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엄함과 신비감을 머금은채 도도하게 솟아있는 봉우리에 넋을 빼앗겼다 그러나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앞으로 마차푸차레는 더욱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순례를 하게 된다
울레리(Ulleri) 1,960m 원래 우리가 첫날밤을 지내기로 계획하였던 울레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울레리 마을에 이르기 위해서는 매우 가파른 계단과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농촌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에서 히말라야의 에코생수를 마시고 자유시간을 나눠 먹으면서 파란 지붕의 민가들을 둘러보았다
울레리 마을의 가족들 현지인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이 여간 행복해 보이지 않다 히말라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후덕하다...가진 것은 몇가지 되지 않지만 마음은 히말라야처럼 맑고 더불어 높다 한국에서 가져온 색연필 한자루를 아이에게 주었더니 별로 고마워 하지도 않고 시큰둥해한다
반탄티(Banthanti) 2,300m 여름 같은 날씨에 땀을 흘리며 반탄티에 도착하니 주방팀이 뜨끈뜨끈한 생강차를 내왔다 하루에 세 차례씩 마시는 생강차는 피로를 풀어주고 고산병을 예방하는 특효약이 되어 주었다 건물 전체가 파랑색으로 칠해진 반탄티마을에서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비빔밥으로 점심삭사를 하였다
히말라야의 당나귀 바퀴 달린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말과 당나귀 , 노새는 유일한 운반수단이다 산 위에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당나귀와 노새를 먼저 보내야 한다 등의 좌우에 무려 60kg의 짐을 지고 쉴새 없이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노새를 보았을 때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난게탄티(Nangethanti) 2,460m 두 개의 광천수가 흐르는 계류를 지나면 숲이 있고 롯지들이 있는 난게탄티마을과 만나게 된다 '탄티'는 '휴식처'라는 의미인데.. 롯지 주변에는 먹음직스런 닭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Hungry Eye 라는 식당 간판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에코생수와 쵸코파이를 꺼내어 먹었다
훈제 염소고기 연기가 자욱한 롯지의 부엌에 들어가 보니 초로의 할아버지 한분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 익어가는 훈제 염소고기에서 이곳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보았다 이들을 단순히 경제적인 잣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실패한다 그들의 종교, 전통, 문화는 우리에게 속깊은 울림과 더불어 개안(開眼)을 선물해 준다
개팔자가 상팔자 순례객들이 빈번하게 다니는 길목에서 검정개 한마리가 한가롭게 잠자고 있다 히말라야의 개들도 느긋한 주인들을 닮아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가 보다 히말라야는 환생의 땅이다...개들도 다음 세상에서의 또다른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팔의 국화 랄리그라스(Laliguras) 해발 3천 미터가 가까워지자 네팔의 국화인 랄리그라스의 원시림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랄리그라스는 그 종류가 무려 75가지 된다고 하며, 잎은 독성이 있어서 약재로 쓴다고 한다 4월부터 우리나라 동백과 같은 꽃이 핀다고 하는데...붉고 화려한 꽃으로 치장된 거대한 산을 상상해 보았다
고래파니(Ghorepani) 2,860m 말에게 물을 먹이는 곳이라는 뜻의 고래파니는 푼힐전망대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고래파니에서는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산군, 마차푸차레, 히운출리 등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렇게 큰 마을이 산속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윗고래파니와 아래고래파니로 나뉘어질 정도로 크다
롯지 앞에 있는 노점상 우리 일행은 안나푸르나 산군이 창밖으로 보이는 카멜라 롯지에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나는 롯지의 문턱을 넘다가 미끄러져 정강이뼈를 다쳤으나 정씨 아줌마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치료하였다 롯지 바로 앞에는 노점상이 펼져져 있었으나 별로 살만한 게 없어서 그냥 스쳐 지나갔다 식당 안의 난로 앞에 모여 앉아서 현지 여인들에게 잘 씻어야 예쁘다고 훈계(?) 했지만 그냥 히히덕거리기만 하였다
푼힐전망대로 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컵라면을 한개씩 먹고 일출을 보기 위해서 푼힐전망대로 향하였다 푼힐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을 보수하기 위해서 약간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우리는 기꺼이 지불하였다
푼힐(Poon Hill) 전망대(3,210m) 푼힐은 히말라야 일주 코스의 서남쪽에 치우친 언덕인데 해 뜨는 풍경이 장관인 곳이다 3천 미터가 넘는 산을 언덕이라고 부르니 1,950m의 한라산을 최고로 여겼던 나의 자부심이 부끄럽다 이곳에서는 다울라기리 연봉을 비롯해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안나푸르나 남봉 앞에 서다 안나푸르나 산군이 정면으로 보이는 널찍한 언덕은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 훌륭한 조망처였다 해가 뜨는 곳은 낮은 동쪽이지만 이곳에서 즐기는 일출의 묘미는 붉게 빛나는 아름다운 봉우리를 보는 맛에 있다 성스러운 안나푸르나 앞에 서니 나 자신의 무한히 작음과 설산에 대한 찬미와 존경심이 솟구쳐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울라기리 연봉 앞에 서다 다울라기리(8,167m) 앞에 서면 목에 힘주고 뽐냈던 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가르쳐 준다 이곳에서 아침을 맞으면 휘황한 스텍트럼이 영혼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놀라운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은 우리의 동지들의 가슴 속에는 지금 어떤 생각이 용솟음치고 있을까?
푼힐의 전망탑 푼힐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전망대를 세워 높은 곳에서 해돋이를 볼수록 해놓았다 웅장한 히말라야의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전망대에서 보는 일출은 당연히 감동적이다 저 머얼리 어딘가에서 뜨는 태양이 그 빛을 설산의 영봉들에게 나누어 주는 븕은 의식을 보는 것 같다
안나푸르나 남봉(7219m) 안나푸르나 남봉은 제1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9km 능선 위에 있는 봉우리다 안나푸르나 남봉은 별다른 이름이 없다. 그냥 남쪽 봉우리(Mt. Annapurna South)다 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이름이 없어도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압도적이다 일출의 빛을 받아 붉게 달아오르는 안나푸르나 남봉에서 세상의 모든 빛이 생성되는듯한 환상을 보았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의 다울라기리는 네팔의 북중앙에 위치한 세계 7봉이며, 산크리스트어로 '하얀 산'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808년 서구에 다울라기리가 처음 알려졌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1960년 5월 13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연합 등반대가 처음으로 등반에 성공하였다 사실 히말라야는 오랫동안 신비에 감싸인채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 오다 정상을 알몸으로 보여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세월이다
히말라야의 설인(雪人) 60이 넘은 연세로 히말라야에 도전하신 신산회 회장님을 히말라야의 설인으로 임명하노라!! 회장님은 설산을 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체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오셨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들의 푯대가 되어주신 회장님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