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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드디어 1년 동안 준비한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순례를 떠나게 되었다 안나푸르나(Annapurna)는 히말라아야 중부에 줄지어선 고봉들로 길이가 무려 55km에 달한다 안나푸르나는 산크리스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8,091m의 제1봉은 세계 10위의 산이다 우리 성당에서 7명, 서울과 경주에서 3명이 합류하여 설레이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인천공항을 나서다 전주에서 새벽 3시 반에 리무진을 불러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였다 공항 인근에서 매우 맛없는 콩나물국밥을 먹고 공항에 당도하여 서울과 경주에서 온 일행 및 가이드를 만났다 9시 45분발 대한항공 대형 여객기에 몸을 실으니 마음은 벌써 안나푸르나 고봉들 위에 가 있었다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 7시간의 기나긴 비행 끝에 카트만두에 도착했으나 공항 사정이 여의치않아 상공을 네 바퀴나 선회한 끝에 착륙할 수 있었다 명색이 국제 공항인데 우리의 시골 공항만도 못한 시설에 입국 심사까지 느려터져서 짜증스러웠다 음습한 분위기와 어둠침침한 조명,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직원들의 표정이 참으로 쓸쓸하였다
공항을 나서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출구를 나서자마자 몇몇의 젊은이들이 달려들어 우리의 카고백을 버스 지붕에 실었다 짐을 모두 싣고 나서 Korea money를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네팔 경제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생산된지 20~30년은 되어보이는 TOYOTA 자동차는 덜덜거리며 무질서한 거리를 난폭하게 달려갔다
<서울 아리랑>에 도착하다 <서울 아리랑>은 네팔에 20년 전에 정착한 김창남씨가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김창남씨는 <사랑산여행사>까지 겸하고 있어서 안나푸르나까지 직접 안내하기로 하였다 요리사는 네팔 사람이었지만 한국 음식 솜씨가 좋아서 그의 된장찌게는 고향의 향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히말라야호텔 차선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어지러운 도로를 힘겹게 달려서 히말라야호텔에 당도하였다 히말라야호텔은 제법 깨끗하고 아늑하여서 편안하게 묵을 수 있었다 시계가 새벽 5시 반을 가리키고 있어 급히 식당으로 나갔으나 식당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었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3시간 15분 늦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실수를...다시 들어가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 새벽에 요란한 천둥과 빗소리에 깜짝 놀랐으나 다행히도 비는 금방 그쳤다 호텔에서 깔끔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포카라로 가기 위해서 다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네팔의 국내선 예티항공 비행기는 낡고 작아서 불안하였지만 그나마도 다행이었다...버스로는 8시간 걸림
예티항공 승무원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예쁜 승무원이 사탕과 솜이 담긴 쟁반을 가지고 왔다 사탕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솜은 귀를 막는 용도라는 걸 아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ㅋㅋㅋ 그러나 귀를 막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지 않아 솜을 빼버리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히말라야를 보며서 즐겼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Pokhara) 약 30여분의 비행 끝에 카트만두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 공항에 착륙하였다 30km 이내에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등 8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과거에는 인도와 티벳의 중계 무역지였지만 지금은 히말라야 등산과 트레킹의 서쪽 출발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는 마차푸차례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트레킹이 시작되는 나야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뚝배기집 공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울뚝배기집>에서 포터와 주방팀이 합류하였다 <서울뚝배기집>은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포터, 주방팀, 부식 등을 공급하는 히말라야 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사장님은 얼른 보아도 산이 좋아서 이곳에 정착한 느낌이 강하게 풍겨왔다
먹을거리를 싣다 포터들은 우리가 열흘 동안 먹을 부식거리와 주방 도구들을 버스 지붕 위에 실었다 산악 가이드는 믿음직스럽게 보였지만 포터들은 체구가 작아서 저으기 염려스러웠다
나야풀(Naya Pool) 낡은 버스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난폭하게 달려서 나야풀에 당도하였다 나야풀은 푼힐 트레킹,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또는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가고자 한다면 필히 거쳐야 하는 곳이다 포터들은 15kg 정도 나가는 카고백 두개를 하나로 묶어서 이마에 매고 쏜살같이 출발하였다 나야풀의 도로 양쪽으로 온갖 가게들이 즐비하였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아 사는 것이 많이 궁핍해 보였다
비레탄티(Birethanti) 1,025m 나야풀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상점, 노천카페, 은행, 경찰서 등이 있는 비레탄티 마을에 당도한다 이곳은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발원한 모디콜라와 고래파니에서 발원한 부룽티콜라가 만나는 지점이다(콜라=강) 우리는 안나푸르나 최고의 미봉인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섰다
비레탄티에서 엄홍길을 만나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엄홍길 휴먼스쿨 건설 현장이 있다는 입간판이 보였다 평생을 산에서 살다가 이제는 오지에 학교를 지어주는 산악인 엄홍길 히말라야 사랑이 느껴졌다 우리는 갈길이 멀기 때문에 공사 현장의 반대쪽인 왼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곳을 넘어서면 속계와 선계를 구분짓는 히말라야의 일주문을 지나는 셈이 된다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진 주방팀 이분들은 열흘 동안 산 속에서 우리들의 먹거리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다 김치, 깎뚜기, 비빔밥, 콩나물국, 짜장밥, 오무라이스, 라면, 제육볶음, 된장국, 김밥.... 석유통과 가열기구, 각종 그릇, 컵, 부식 등을 대나무통에 담아 짊어지고 MBC까지 동행하였다 항상 웃음을 잃지않고, 어찌나 성실한지 밥을 먹기조차도 미안하고 황송할 지경이었다
포터들의 쉼터 포터(portor)는 말 그대로 짐꾼을 이야기 하는데 이들이 없으면 우리의 트레킹이 힘들어진다 고갯마루나 쉬어가기 좋은 곳에는 반드시 이처럼 포터들의 쉼터가 마랸되어 있다 일반 트레커들이 쉬고 있다가도 포터들이 오면 자리를 비켜주는 게 히말라야의 예의다
왜소한 포터들 히말라야의 포터들은 일반 포터와 고소 포터로 나뉘어진다 일반 베이스캠프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단순 수송 업무를 맡는 인력이 일반 포터이다 정상까지 가기 위한 장비 수송과 루트파인딩, 대원 보조 역할 등의 등반 실력을 겸비해야 하는 인력을 고소 포터라 부른다 우리의 포터들은 체격이 왜소하고 연약해 보였지만 15kg 정도의 카고백 두 개를 거뜬히 매고 올라간다
히말라야에서 귤을 먹다 네팔은 아열대기후라서 연중 온화하고 눈을 거의 볼 수 없다 히말라야 가는 길목에서 탐스럽게 익은 귤을 먹는 호사를 누리니 힘이 불끈 솟았다 겨우 라면 한 그릇 사먹으며 고된 노동을 하는 포터들에게도 귤을 나눠주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히말라야에서 춤을 추다 우리가 산속의 첫번째 밤을 지낼 티케둥가 부근의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흥겨운 음악 소리에 이끌려 이들의 잔치판에 끼어들게 되었다 히말라야의 맑은 바람으로 가꾸어진 어여쁜 소녀들과 촌로들이 어울려 말춤을 추며 한바탕 놀았다
티케둥가(Tikhedhungga) 1.840m 히말라야의 첫번째 밤을 지낼 티케둥가의 인드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풀었다 티케(Tikhe)는 '뾰족한'이라는 뜻이고, 둥가(Dhungga)는 '돌'이라는 뜻으로 '뾰족한 돌'이라는 마을이다 인드라 게스트 하우스의 안주인은 이제 겨우 18세인데 갓난 아기를 힘겹게 키우고 있었다
우리의 침실 로지(Lodge)의 내부는 난방이 전혀 되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바람이 제멋대로 들어온다 방과 방 사이도 베니어판으로 대충 박아놓아 여성 트레커들은 화장지로 구멍을 막아놓기도 하였다 우리는 그래도 이만한 시설에 감지덕지하며 거위털 침낭 속으로 쑤욱 들어가 히말라야의 물과 바람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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