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 & 옥룡설산 트레킹[1]

1. 길에서 길 찾기

누가 달력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올 5월 5일 목요일 어린이날과 5월 10일 화요일 초파일이 공휴일로 되어 있어 화요일과 목요일에 강의가 있는 나로서는 5월 첫 주는 학기 중에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 찬스를 살리기 위하 여 이미 두어 달 전부터 덕칠이와 함께 중국 운남성 麗江의 虎跳峽과 玉龍雪山 트레킹으로 虎視耽耽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덕칠이는 2004년 백두대간종주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산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동안 7년 세월을 산과 자연을 벗 삼아 친형 제보다도 더 돈독한 우의를 다져왔다. 백두대간 종주 후 낙동정맥, 호남정맥, 낙남정맥, 금남정맥, 땅끝기맥 종주를 마쳤고, 현재 금북정맥을 종주 중인데 매년 해외산행도 하고 있다. 백두산, 북알프스와 남알프스, 키나발루, 무얼따신산 등에 그들의 발자국을 남겼다.

산과 자연은 원래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산과 자연을 정복할 수 없다. 인간은 산과 자연 앞에 하찮은 존재이고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지진과 쓰나미 등 대자연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들을 보라. 산으로 가는 것은 산을 정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겨내고 자신을 정복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산을 좀 다녔다고 산을 좀 아는 척 하는 것이야말로 무지이고 오만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저 默言을 즐길 뿐이다. 산길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겸허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이제 나도 얼마 없어 인생 6학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흘러온 세월을 반추해보니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별 것이 아니다. 그리 대단치 않은 삶을 살면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시간에 나 자신을 얽어매는 것이 영 마땅치 않다. 이제 잠시나마 길을 찾아 길을 떠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2.
호도협 & 옥룡설산 개요

중국은 나라가 큰 만큼 큰 산들도 많다. 중국 동부에 있는 산들은 그리 높지 않으나("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고 하는 泰山은 겨우 1,532m, 黃山은 1,860m에 불과하다) 서남쪽에 있는 산들은 티벳 히말라야에 연하고 있어서 산의 높이가 만만치 않은 산들이 많다. 매리설산, 공가산, 쓰구냥산, 합파설산, 옥룡설산 등 4~5,000m 이상의 설산들이 즐비하다.


▶ 중국, 티벳의 산맥 개념도


▶ 옥룡설산 부근 위치도

호도협은 옥룡설산과 합파설산 사이에서 장강(양자강)의 상류 금사강이 흐르는 협곡이다. 잘은 모르지만 호도협트레킹을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 페루 마추피추 잉카 트레킹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의 하나라고 하는데 아직 다른 두 곳을 가보지 못해서 이 곳이 과연 그러한 반열에 들 정도로 트레킹의 명소인지는 현지에서 직접 확인해 볼 터이다.

호도협(虎渡峽)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장강(長江, 양자강)의 상류인 '금사강(金沙江, 진사강)'을 끼고 합파설산(哈巴雪山, 5,396m)과 옥룡설산(玉龍雪山, 5,596m)이 마주보고 있는 협곡이다. 설명에 의하면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의 충돌로 야기된 지각운동은 하나였던 산을 과 옥룡설산과 합파설산으로 갈라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 갈라진 틈으로 금사강이 흘러들면서 16km의 길이에 높이 2,000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졌고, 이 협곡의 구불구불한 길에 옛 차마고도의 흔적이 남아있다.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TV를 통해 방영되었지만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선 차(茶)와 말(馬)의 교역로, 중국 당나라와 티벳 토번 왕국이 차와 말을 교역하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서남부 운남성과 사천성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5,000km의 길에서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구간이 산장빙류(三江并流) 협곡이다. 금사강(金沙江 장강의 상류), 난창강(瀾滄江 메콩강의 상류), 누강(怒江 살윈강의 상류)이 횡단산맥의 5,000m 이상의 설산 사이로 흘러간다. 호랑이가 건너다닌 협곡이라는 뜻의 호도협은 강의 상류와 하류 낙차가 170m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의 하나다.

 


▶ 옥룡설산 & 호도협 위치도

옥룡설산(玉龍雪山, Jade Dragon Snow Mountain)은 여강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있고 남북길이는35km이고 동서 길이는 25km가 된다. 옥룡설산의 봉우리들은 북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고 아열대,온대 및 한대의 각종 자연경관을 지닌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옥룡설산은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89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4,000m 이상의 봉우리만도 13개에 이른다. 최고봉은 산쯔더우[扇子陡(선자두)]이다.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옥룡설산은 석회질 산이라 정상의 봉우리는 아직도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처녀봉이다.

3. 인천 - 성도 - 려강
 

2011. 5. 3. 화요일

본가에서 조모님 삭제(朔祭)를 지내고 학교로 올라와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지나 집으로 간다. 오후 5시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30여분 지연 출발하는 바람에 김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서둘러 가니 집결시간인 7시 30분이다.

덕칠이 회원 15명을 만나는데 선옥님과 나무님은 처음으로 뵙는 분이다. 우리 일행과 함께 '산이 좋은 사람들' 배승호 부장이 동행한다. 닉이 '배대인'님인 배승호부장은 옛 사다리 시절에 산행을 여러 차례 함께 한 분인데 은행 지점장에서 퇴직하고 트레킹 전문 여행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덕칠이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개인출발자 등 16명이 더 끼는 바람에 일행이 32명에 이르는 대부대가 되고 말았다. 기분이 잡치고 껄끄럽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비행기도 칼이나 아시아나가 아닌 우리나라의 제주항공과 같은 사천항공이다.

밤 9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사천항공 비행기는 3시간 30분 정도를 날아 사천성 성도공항에 도착한다. 말이 국제선이지 기내식도 빵쪼가리 하나 뿐이었다. 현지 시간 밤 12시가 조금 지나 성도공항에 도착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1개의 시간대를 쓰고 있다.

▶ 성도공항에서

成都공항은 2004년 2월 아미산 등정시에도 들렸고, 2009년 7월 동티벳 무얼따신산을 등정할 때도 들린 곳이다. 成都는 바로 삼국지의 고향 촉나라의 수도였고, 제갈량의 사당 무후사와 유비의 묘가 있는 곳이다. 시성 두보의 초당도 있는 곳이다. 사천경극도 유명하다. 경남 창원에서 기사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는 가이드 차성주에 의하면 사천성의 인구는 8,900만이고, 성도의 인구도 1,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성도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여 회장님과 함께 방을 배정받으니 2011. 5. 4. 새벽 2시경이다. 짐을 풀 시간도 없다. 배가 고파 컵라면을 끓여먹으니 잠을 잘 시간도 없다. 새벽 4시에는 기상하여 바로 성도공항으로 이동하여 려강으로 가야 한다. 1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일어나 새벽 버스에 몸을 실으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거기에 빵과 계란 등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해야 하니 어제 저녁 이후로 곡기를 끊은 상태라 입안도 영 거북하다.

성도공항에서 국내선으로 려강으로 이동한다. 려강이라면 곤명쪽에서가 가까울 것인데 아마도 항공편 때문에 성도공항에서 가는 것이리라. 아침 7시 5분 성도공항출발이라 시간여유가 있는데도 너무 빨리 호텔에서 나오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아깝다. 여자 검색요원이 몸을 검색한답시고 나의 몸을 앞과 뒤로 주물러대는 바람에 흡사 전신 마사지를 받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남자들은 다들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 공항의 화장실 표어

소변기 앞으로 한 걸음만 다가서면 문명이 일대 진보한다는 이야기. Aim, 조심스럽게 조준하라는 말도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고속도로 화장실 소변기 앞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는 표어가 붙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영국의 어느 화장실 남자 소변기 앞에는 "Your John is not long as you think."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여기서 John은 남자성기 또는 공중변소의 속어로 쉽게 말하면 ‘당신의 자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길지 않으니 질질 흘리지 말고 앞으로 댕겨 서서 갈기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매매 업소에서 성을 구매한 남성이 초범일 경우 법원은 이들을 통상적으로 '존스쿨'에 보낸다. 존스쿨은 성구매 남성의 재범 방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8시간 교육을 마치면 기소 유예 처분을 내리는 제도다. ‘존스쿨’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성구매를 하다 잡힌 남성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대부분 이름을 ‘존’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남자의 자지를 뜻하는 John을 쓰고 있어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어쨌든 어느 나라나 남자들이 질질 흘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 공항의 간이서점에서

중국 사람들은 England를 英國으로, France를 法國으로, 독일을 덕국(德國)으로 부른다. 우리가 유심히 말하고 있는 독일(獨逸)이라는 나라이름은 어떻게 유래된 것일까? 청말 당시 중국 사람들은 독일을 덕국(德國)으로 불렀고 우리도 이 말을 쓰다가 청일전쟁 후 일본 사람들이 도이칠란트를 ‘ドイツ’로 借字한 ‘獨逸’을 쓰기 시작하였고, 우리도 생각 없이 이를 따라 부르면서 Deutschland는 발음이 긴 도이칠란트 대신 독일이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된 것이다.

▶ 팬더를 그려넣은 비행기

▶ 려강행 비행기 탑승

아침 7시 10분 려강행 국내선 비생기 탑승, 1시간 10분 정도면 해발 500m의 분지 성도에서 해발 2,400m의 고도 려강으로 날아간다.

 

▶ 려강공항 직전

▶ 려강공항 국제선 취항 준비 중

려강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면 한국에서 운남성 샹그리라 일대의 관광이 편해질 것이다.

▶ 려강공항 국내선

려강공항에 도착 후 려강시내로 이동한다.
려강에서는 흑백수 운남국제여행사 강선남이라고 하는 흑룡강성 출신 조선족 가이드가 대동한다.
짜리몽땅하지만 다부지게 생긴 남자다.

▶ 세계적 중국년

도대체 어떤 년이 세계적 중국년인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약해서 '시발년'으로 부르는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빗방울이 차창에 부딛히고 비가 내릴 조짐을 보인다. 인천에서 출발하기 전에 일행들이 현지 기상상황을 검색해보니 폭우에 낙뇌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있었다고 하여 내심 불안하고 있었는데 비가 내리면 트레킹이고 뭐고 조진다.

▶ 평화로운 산야

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도로확장공사가 한창이다.

▶ 무슨 폭포도 지나간다.

 

려강 심이호텔에 트렁크를 맡겨놓고 이틀간 호도협 트레킹을 위한 배낭과 간단한 짐만 챙겨가지고 버스에 탄다. 바로 상호도협 일출소우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호도협 트레킹에 들어간다.

그런데 아뿔싸!! 호텔에서 등산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카메라가 든 자켓을 호텔에 그냥 두고 버스에 타고 말았다. 다시 버스를 되돌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카메라가 없으면 트레킹이고 나발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요새 메모 대용으로 디카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틀간이나 카메라가 없이 지낼 생각을 하니 아찔함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없이 찍사 노릇 그만하고 배우 노릇이나 할 수밖에 없다. 원래 사진사는 자기 사진이 없다. 오랜만에 내 자신이 출연하는 사진이나 많이 박자고 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카메라가 없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일 것 같은 예감도 든다.

 

- 계속 아니 생략 -

자료제공 Homo Viator 홈페이지 바로가기▶http://cafe.daum.net/sanlove19/IABp/47